2025. 12. 11. 13:14ㆍ책
🚨 🚨 🚨 스포일러 안내 🚨 🚨 🚨
이 글에는 『고독한 용의자』 결말 및 주요 사건에 대한 내용이 포함됩니다.
관련 내용은 접기로 처리해 두었으니 필요에 따라 열어 보시기 바랍니다.
1. 🎵 Intro: 작가 '찬호께이'가 추천한 플레이리스트
본격적인 『고독한 용의자』리뷰에 앞서 추리소설의 압도적인 일인자 작가 찬호께이가 직접 골라놓은 플레이리스트부터 소개하고 싶다.
이 플레이리스트는 작가 찬호께이가 직접 추천한 곡들이다. 첫 곡과 마지막 곡이 데이비드 보위의 'The Loneliest Guy(가장 고독한 녀석)'라는 점이 흥미를 끈다. 책 제목인 『고독한 용의자』와 완벽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작가가 어떤 감성으로 이 글을 썼는지 느끼고 싶다면, 아래 음악을 틀어두고 읽는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Tracklist]
- David Bowie - The Loneliest Guy
- The Beach Boys - Pet Sounds
- The Beatles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Derek & The Dominos - Layla
- Janis Joplin - Summertime
- David Bowie - Reality
- David Bowie - Space Oddity
- David Bowie - The Man Who Sold the World
- David Bowie - The Loneliest Guy
2. 🕵️♂️ 사건의 시작: 20년 동안 방에 갇힌 살인마?

찬호께이 신작 『 고독한용의자 』 는 전혀 예상치 못한 기괴한 사건으로 문을 연다. 처음에는 은둔형 외톨이의 단순한 자살 사건인 줄 알았다 . 방 한가운데 놓인 식어버린 숯덩이와 얼굴에 번진 붉은 기색. 누가 봐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였다. 하지만 현장을 조사하던 경찰의 눈에 소름 끼치는 무언가가 포착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폭주한다. 그것은 바로 유리병 속에 담긴 엽기적인 토막 시체의 표본이었다.
밀실이나 다름없던 방, 명백한 증거물. 모든 정황이 자살한 이 '셰바이천'을 잔혹한 살인마로 지목하고 있었다. 사건은 그가 토막살인이라는 잔인한 범행을 저지르고, 죄책감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쪽으로 수사의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그때, 죽은 셰바이천의 어머니 '셰메이펑'이 뜻밖의 증언을 내놓으며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바이천은 20년 동안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요!"
『 고독한 용의자 』 33페이지
20년 동안 현관문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남자가, 도대체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 토막 내서 방으로 가져왔을까? 이 불가능해 보이는 수수께끼가 독자의 호기심을 강력하게 자극한다.
3. 🏙️ 세 개의 텍스트 구조

3-1. 퍼즐처럼 흩뿌려진 세 가지 이야기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 전혀 다른 세 가지 텍스트가 교차하며 진행된다는 점이다. 독자는 이 조각들을 맞춰가며 작가가 숨겨둔 거대한 트릭을 발견하게 된다.
- 메인 스토리 (칸즈위안 & 쉬유이): 사건의 중심에 선 친구 '칸즈위안'과 진실을 쫓는 예리한 형사 '쉬유이'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현재의 수사 기록이다. 칸즈위안은 죽은 친구가 살인범 누명을 쓰는 것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 망자의 고백: 챕터 사이사이에 삽입된 1인칭 시점의 글이다. 죽은 자가 남긴 회고록처럼 보이는 이 글은 사건의 '진짜 전말'을 암시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 소설 <제목 미정> 발췌: 또 다른 누군가의 시선으로 쓰인 소설 속의 소설. 처음에는 이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결말에 다다르는 순간, 무관해 보이던 이 이야기가 사건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음을 깨닫고 전율하게 될 것이다.
3-2. 고독한용의자 등장인물
소설의 인물들은 과거 홍콩을 뒤흔든 '갈레이 빌딩 화재 사건'이라는 비극으로 얽혀 있다. 그날의 불길에서 살아남았지만, 내면은 모두 어딘가 타버린 듯한 고독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 칸즈위안 (주인공): 소설을 이끄는 핵심 인물. 예리한 형사 '쉬유이'가 끈질기게 허점을 파고들며 압박해오지만, 그는 마치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사람처럼 입을 굳게 다문다. 형사와의 숨 막히는 심리전 속에서, 그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감추려는 '그날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 셰바이천 (사건의 발단): 20년 동안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은둔형 외톨이. 하지만 그의 방에서 발견된 엽기적인 흔적들은 단순한 자살 사건을 거대한 미스터리로 바꿔놓는다. 그는 왜 그토록 철저하게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야 했을까? 죽음으로서만 말하는 그의 침묵이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
- 쉬유이 (추격자): 사건의 전말을 쫓는 예리한 형사. 단순 자살로 종결될 뻔한 사건에서 위화감을 느끼고 집요하게 진실을 파고든다. 칸즈위안이 필사적으로 감추려는 비밀과, 쉬유이가 밝혀내려는 팩트가 충돌하며 극강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메인 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 아바이 (미스터리의 열쇠): 소설 중간중간 삽입된 '소설 <제목 미정> 발췌' 파트의 화자다. 현실의 사건(칸즈위안의 이야기)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제3의 텍스트 속 인물로, 독자에게 "도대체 이 이야기는 왜 나오는 걸까?"라는 끊임없는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이 낯선 화자가 왜 이 소설에 반드시 존재해야만 했는지 알게 된다.
4. 🔍 이 책을 검색할 때 같이 찾아보는 것들
이 책을 읽기 전후에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연관 검색어들을 모아 내 방식대로 정리해 봤다.
1. 찬호께이의 걸작 '13.67'과 비교하면?
찬호께이 입문자라면 가장 궁금할 질문이다. 작가의 대표작인 『13.67』이 홍콩 경찰의 연대기를 다룬 웅장한 대서사시라면, 『고독한 용의자』는 한 개인의 내면과 심리에 더 집중한 사회파 심리 미스터리에 가깝다. 결론은? 둘 다 홍콩 느와르 특유의 눅눅하고 어두운 매력은 확실하니, 둘 다 읽는 걸 추천한다.
2. 고독한 용의자 영화화 가능성은?
읽다 보면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 영상처럼 그려진다. 특히 토막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서로 다른 세 인물의 이야기가 하나로 맞물려 돌아가는 구성, 그리고 마지막 반전과 여운은 영화화나 넷플릭스 각색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5. 🚨 고독한 용의자 줄거리, 결말 요약

아래부터는 작품의 핵심 트릭과 결말이 포함되어 있다
5-1. 서막: 밀실의 시체와 유리병
홍콩의 낡은 맨션,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던 한 남자가 방 안에서 숯을 피워 자살한 채 발견된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현장을 수색하던 중 옷장에서 충격적인 물건들이 발견된다. 25개의 유리병에 담긴 토막 난 인체 표본들. 감식 결과 병 속의 시신은 남녀 각 1구임이 밝혀진다. 경찰은 자살한 남자가 '셰바이천'이며, 그가 엽기적인 살인을 저지른 후 죄책감 혹은 광기에 휩싸여 자살했다고 잠정 결론 짓는다.
5-2. 전개: 소설 속의 살인, 그리고 용의자 칸즈위안
사건 현장에 관련되어 있던 셰바이천의 친구 칸즈위안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형사 쉬유이는 수사 도중 '무명지'라는 필명의 작가가 쓴 '소설 <살인 예술>'을 입수하는데, 소설 속 살인 묘사와 시체 처리 방식이 이번 사건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칸즈위안이 바로 '무명지'임을 알아낸 경찰은 사건 해결의 열쇠는 칸즈위안이 쥐고 있다 생각하고 집중적으로 그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경찰이 자신을 의심한다는 사실을 아는 칸즈위안은 단서를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경찰의 의심을 제3의 인물, 죽은 셰바이천의 외삼촌 '셰자오후'에게로 향하게 만든다. 이해관계로 얽힌 외삼촌이 조카를 해치고 재산을 가로채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수사는 급물살을 탄다.
5-3. 텍스트의 이면: 소설 <제목 미정>의 내용
사건 중간중간 삽입된 소설(칸즈위안의 집필 원고)은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인물들의 관계를 암시한다. 주인공 '아바이(더듬이)'는 은둔형 외톨이로, 온라인 게임 속에서 'L'이라는 여자를 만나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소설은 이 두 사람이 서로의 고독을 이해하고 영혼의 단짝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현실 속 인물들의 사연을 투영한다.
5-4. 진상: 뒤집힌 신분과 슬픈 연극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형사 쉬유이는 칸즈위안이 설계한 트릭과 사건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
- 자살한 남자의 정체: 그는 셰바이천이 아니었다. 소설 <제목 미정> 발췌 속 아바이인 '더듬이'였다.
- 유리병 속 남자의 정체: 그가 진짜 '셰바이천'이었다. 그는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말기 암으로 병사했다.
- 유리병 속 여자의 정체: 소설 속 L이자, 더듬이가 사랑했던 '궈쯔닝'이었다. 그녀 역시 타살이 아닌 자살이었다.
5-5. 고독한 용의자 결말 해석
이야기는 살인사건으로 시작되었지만, 사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칸즈위안은 친구들을 위해 이미 죽은 시체를 훼손해 병에 담는 악역을 맡았을 뿐이다. 뒤이어 더듬이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셰바이천의 이름으로 자살을 택했다. 칸즈위안이 자신을 용의자로 만들면서 외삼촌을 함정에 빠뜨린 이 거대한 연극은, 결국 고독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가장 고독하고 충실한 용의자'가 되려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6. 🧠 책을 덮으며
찬호께이의 2025년 신작, 『고독한 용의자』. 가독성이 워낙 좋아 주말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읽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책을 덮고 나니 작가가 왜 제목을 ‘고독한 용의자’로 정했는지 어렴풋이 이해되었다. 다만 마지막에 남은 감정은 개운함보다는 아쉬움 쪽에 더 가까웠다. 도대체 이 아쉬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국 '죄와 벌'의 불균형으로 끝난 결말 때문인 것 같다. 이 소설은 처음에 3구의 시체와 함께 '살인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알고 보니 실제 살인은 없었다. 그들은 자살했거나 병사했으니까. 하지만 칸즈위안은 분명 죽은 자들의 시신을 절단하고 훼손했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서, 사체를 훼손한 그 명백한 잘못조차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을 받지 않고 흐지부지 넘어가는 결말은... 솔직히 납득하기 힘들었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토막살인'이라는 강렬한 소재 때문에 스릴 넘치는 전개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호흡은 긴박한 추리극이라기보다 묵직한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깝다. 트릭을 파헤치는 재미보다는 인물 개개인의 서사와 감정선에 집중해야 하는 책이다.
화려한 액션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다만 결말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이 작품의 테마곡으로 선택한 데이비드 보위의 <The Loneliest Guy>를 떠올리며 『고독한 용의자』 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작가는 이 소설의 문장들이 이 노래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겹쳐지기를 바랐던 듯하다. 특히 노래 속 화자가 스스로를 외롭지 않은 사람이라 여기는 순간은, 비극 속에서도 서로를 통해 고독에서 벗어나려 했던 인물들의 마음과 닿아 있다.
그러나 결말에서 드러난 ‘죄와 책임의 모호함’ 앞에서 나는 조금 다른 감정에 오래 머물렀다. 그래서인지 노래 속에서 지나온 시간과 지워지지 않은 흔적을 이야기하는 구절들이 결말의 잔상과 겹쳐지며 더욱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어쩌면 그 씁쓸함이야말로 이 작품이 진짜로 남기려 했던 엔딩에 가까운 감정인지도 모르겠다.